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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시장님께

ㅇㅇㅇ 조회 379 댓글 5

올해 초, 모든 절차를 생략한 채 전남과 광주의 통합이 불과 두 달여 만에 단행된 이유는 무엇보다 하나의 통합시장을 선출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여러 현안은 통합 이후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 당시 정치인들의 논리였다.


그렇다면 지금, 통합된 지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조직개편을 비롯한 모든 현안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것은 당시 내세웠던 명분과도 맞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충분한 논의와 절차를 거쳐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순서다.

 

그 첫 단계인 조직개편 역시 행정환경과 조직문화가 크게 달랐던 두 기관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로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전남도청을 굳이 '무안청사'로 호칭하며 그 역사와 상징성을 축소하려는 발상이나, 기획·예산·조직 등 기관의 핵심 기능을 한쪽으로 집중시키려는 조직개편은 전남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훼손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통합의 취지는 무너지고, 지역 간 신뢰는 깨지며, 결국 또 다른 지역감정만 키우게 될 것이다.


지금의 통합 논리는 서로 다른 역사와 행정환경, 생활권을 가진 두 지역을 하나로 묶기만 하면 곧바로 더 큰 경쟁력과 더 높은 효율성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한국과 일본이 하나의 국가인 '한국일본공화국'으로 통합하면 경제력과 국방력이 자동으로 강화되고, 중국과 미국 같은 강대국에도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엔비디아가 반도체 공장을 일본에 건설하더라도 같은 국가이니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논리와도 닮아 있다.

 

얼핏, 경제적 효율성과 규모의 경쟁력 측면에서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제도는 통합할 수 있어도 지역의 문화, 정체성, 정책 우선순위,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은 단기간에 행정명령만으로 하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구역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은 결코 그렇게 쉽게 통합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검증되지 않은 경제적 효과와 막연한 기대만으로 추진된 통합은 오히려 더 큰 갈등과 새로운 행정적 난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 간 신뢰는 약화되고 있으며, 통합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보다 갈등을 조정하고 혼란을 수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행정력이 소모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도 부족한 시기에 우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대신 통합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을 수습하는 데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통합이 지역발전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40여 년 전 광주와 전남을 분리했던 이유를 다시 되새겨보는 것이다. 당시 분리는 행정환경의 차이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분명한 정책적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그 문제의식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추진되는 통합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잃게 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과정에 책임이 있는 시·도지사와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지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려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들은 2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통합을 하지 않으면 반도체 공장 유치가 어렵고 행정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 역시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산업 유치와 광역 협력은 통합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


반면 통합으로 인해 새로운 행정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외면한 채 통합만 계속 밀어붙인다면 그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미 결정된 절차를 당장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향후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는 실제 업무 통합까지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상황 변화에 따라 제도 개선이나 분리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통합 효과가 불확실하거나 오히려 행정 혼란을 초래하는 분야는 무리하게 일원화하기보다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공동 협력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능을 반드시 하나로 합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지역 발전과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안으로는 청사별 부시장 책임체제를 운영하여 각 지역의 행정수요는 해당 청사가 자율성과 책임을 가지고 전담하고, 광역 교통망 구축, 투자 유치, 국제협력, 재난 대응 등 공동 대응이 필요한 분야만 별도의 전담 조직을 통해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식은 지역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것이다.

 

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수단이다.

그 수단이 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지역갈등을 증폭시키며, 행정 비효율만 키운다면 과감히 재검토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다.

정치인의 치적보다 지역의 미래가 우선이며, 통합의 명분보다 지역민의 신뢰가 먼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이고,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충분한 합의다.

그것이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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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부채도사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반도체도 광주, 주청사도 광주, 지하철 채무는 전남, 군공항도 전남
    이딴 짓거리가 균형이라고 우기는 현실이 웃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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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모마일

    통합의회 무안, 교육청 무안, 국제공항 무안, 조직확대 전남….반대의 시각도 있죠.
    분열이 심해서 잡음이 큽니다.
    통합이 취소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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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극

    무안이 전남의 정체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소가 웃을 일이네~~ㅋㅋㅋ
    전남의 중심이며 정체성 청사는 현 광주 동구에 있는 엣 도청사이다~~
    소설 그만 쓰고~~전남광주 살길은 핵심거점 광주로 집중하여 수도권에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다~~전남도청 공무원들도 광주 주청사로 올라와서 핵심부서 근무도하고, 문화적인 생활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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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죠잉

      참 쉽네요잉? 직원들이 주거지를 옮기는게 그리 쉬운일인가요? 집값에 이사비는 누가 지원해주나? 쉽게 이야기 하지 마세요. 그리고 다 가버리면 도청때문에 조성된 남악도심은 어찌될지 불보듯 뻔한데 여기 소상공인들은 버리라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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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꿴첫단추

    광주와 전남을 분리했던 이유가 행정환경의 차이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데 내 생각엔 그건 외부적 명분용이고
    실제는 직원 늘어나고 정치인 자릿수 늘어나서라고 봄.

    지금 전남광주통합 상황은 정치인 자리는 유지하며 집행부 중복기능의 해결방안은 빠뜨린 채 20조원으로 일반대중을 현혹시킨 그 후폭풍이라고 생각함. 단순하게 얘기하면 지밥그릇이 깨지거나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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